1995년에 이사를 왔으니까 일산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군 제대 후 복학과 직장생활을 하며 서울에서 10년 정도 살았지만, 결혼하고는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일산으로 다시 들어갔으므로 일산은 거의 제 2의 고향이다. 일산 맛집 지도를 그리겠다는 무모한 계획으로 시작하려니 살짝 부담스럽기는 한데, 고향같은 곳이라 마음 편하게, 생각나는대로 적어 볼 생각이다. 일단 일산 내에서도 킨텍스 근처, 많은 요리 중에서도 면 중심으로 내 마음에 드는 맛집 리스트 20곳을 뽑았다. 


기준 

(1) 면이 들어간 

(2) 술안주나 모임보다는, 간단하게 점심 등의 식사를 하기 좋은 

(3) 내 입맛에 맞는 

(4) 킨텍스와 대화동 근처


** 이 글은, 2017년 8월에 쓴 글입니다. 모든 음식점의 사진을 메뉴까지 싹 정리해서 첨부까지 해서 올리려고 묵혀놨던 글입니다. 일산 맛집을 분야별로 모아서 맛집 지도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그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ㅋㅋ.  이 글만 해도 1년째 방치 중이라...ㅎㅎ  이 글을 묵혀서 맛있게 익으면 올릴 생각이었는데, 그 전에 썩혀서 버릴 것 같아 그냥 포스팅합니다. 작년 이맘때 시점이라, 메뉴나 가격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킨텍스 근처, 대화역까지

킨텍스 옆에는 먹자골목이 있다. 술집이나 요릿집이 발달한 일산의 여타 먹자 골목이나 상업지역과는 달리, 식사 위주의 음식점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1. 을밀대

마포에 있는 을밀대의 분점이다. 맛은 본점과 거의 동일하다. 가격도 동일하다. 밍밍하고 구수한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으뜸이지만, 강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담백을 넘어서는 슴슴한 맛이다. 시원한 걸로 해장하는 나는, 술 먹은 다음 날 꼭 들리는 곳이다. 





2. 감래등

가성비가 훌륭한 중국 요리집. 만원짜리 코스 요리를 시키면 서너 가지 요리들이 먹을만한 맛으로, 먹을만한  양이 나온다. 식사는 미니 짬뽕과 미니 자장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난 이 집 자장면을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이 집 사장님은 면을 어떻게 해야 맛있는 지를 아는 분이다. 밑의 올바른 짬뽕보다 더 자주가는 곳이다.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좀 있다.)





3. 올바른 짬뽕

감래등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중국 요리집. 여기도 만원짜리 코스요리가 있고, 구성도 동일하다. 조금 다르다면 감래등 누룽지탕에는 매생이가 들어가는데 반해, 여기는 일반적인 누룽지탕이다. 맛은 둘 다 괜찮다. 짬뽕은 이 집이 더 좋다.  






4. 가야밀면 

밀면이 아주 훌륭하다. 부산에서 먹은 것들과 비교해 봐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맛이다. 오히려 특색을 잃어버린 부산의 밀면보다 훨씬 개성 넘치는 맛이다.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가 일품이고, 면발의 알맞은 쫄깃함 역시 훌륭하다. 굉장히 자주 가는 곳이다. 오픈 초기 부터 가던 곳인데, 요즘에는 많이 알려져 식사 시간에 가면 웨이팅이 있다. 면 많이 먹어본 나도, 감탄하게 되는 상당한 맛집이다.




5. 소담 칼국수 보쌈

9,000원 칼국수 정식이 메인이다. 주문하면 강된장과 보리밥을 주고, 전과 샐러드, 그리고 수육이 나온다. 그리고 칼국수가 나오는데 모든 음식들의 맛이 괜찮다. 특히 수육은 유명 보쌈집 수육을 쌈싸 먹는 맛이다. 아쉬운 건 칼국수 양. 면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기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 칼국수를 조금 더 먹고 싶은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6. 바르미 

여기는 사실 만원짜리 샤브샤브가 메인인, 저렴한 셀러드바 같은 곳이다. (아주 작은 샐러드바가 있는..) 면 요리 집이라고 하기엔 많이 장르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미를 굳이 리스트에 넣은 것은 커스텀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칼국수가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샤브샤브를 먹고 샐러드 바 음식을 한 접시 먹을 때 쯤이면, 육수에는 온갖 야채와 고기가 들어가 진한 국물 맛을 내는 상태가 된다. 이 국물에 칼국수를 한 소뜸 반 정도 끓여 먹으면, 굉장히 맛있는 칼국수가 된다.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서 우려낸 국물과 내 입맛에 맞춰 끓여낸 면의 쫄깃함이 더해지면, 기가 막히게 맛있는 칼국수를 만들 수 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내 입에 맞춰진 음식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는 곳이다.



7. 이마트 트레이더스 쌀국수  

대부분의 대형마트에는 대표적인 음식점 하나는 있게 마련이다. 이마트 타운에는 짬뽕으로 유명한 초마가 있지만, 난 웨이팅이 긴 초마보다는 푸트코트의 베트남 쌀국수를 추천한다. 일산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제대로 된 쌀국수이지 않을까 싶다. 시원한 국물, 쌀국수 특유의 식감을 살린 면발, 살짝 한국식으로 포팅된 매콤함까지, 뭐 하나 나무라기 힘들다. 아, 가격은 나무랄만 하다. 마트 베트남 쌀국수 답지 않게 9,000원인데다가, 양도 적다. (가격 대비 괜찮은 쌀국수를 찾는다면, 일산 백석 버스 터미널 지하 푸드 코트에 있는 쌀국수가 괜찮다.)




대화동 먹자골목 근처

후곡마을과 성저 마을 사이에 위치한 먹자골목은 킨텍스 앞의 먹자골목보다 역사가 깊다. 제대로 된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유명한 집도 없고,  웨이팅해야 하는 곳도 없지만, 그래도 오랜 기간 살아 남은 음식점들이기에 나름의 독특함이 있다. 




1. 해물칼국수 

여기는 사실, 생긴 지 1년 정도 밖에 안 되었고 손님이 얼마 없어, 가끔씩 사라질까 걱정하는 곳이다. 사장님과 따님이 같이 하는 듯 한데 (두 사람 관계를 안 물어 봤다.) 굉장히 정갈하고 깔끔하게 운영되는 곳이다. (아마 사장님 성격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해물이 잔뜩 들어간 냄비 한 접시를 끓여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시스템이다. 칼국수는 원하는 만큼 더 준다. (양은 많이 안 준다.) 가리비탕도 파는데, 이 역시 가리비 다 먹고 난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 

(이 글을 적는 시점인 2018년도에도 아직 가게는 살아있다! 얼마전 2주년 기념 행사도 했다. 오래 오래 잘 되시길.. ^^)





2. 오징어 우미

여기야 말로, 진짜 면요리집이 아니다. 여기는 횟집이고, 메인 음식은 물회다. 그럼에도 면요리집 리스트에 넣은 것은 물회에 국수를 말아 먹는 맛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완전, 내 취향. ㅋㅋ. 물회 시키면 꼭 나는 내 몫으로 국수 2개를 더 시킨다. 물회에 소면 넣고 휘휘 비벼 한 젓가락 가득 면을 떠서 씹으면, 달콤 매콤 시큰한 국물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잘근 잘근 오징어회가 씹힌다.. 물회 국수에 감동까지 느낀다.  ㅋㅋ 여기에 소주 한 잔이면 아주. 흐흐. 꿀꺽.


(면사진은 없고, 회사진만 있다.. ㅋㅋㅋ 스무번도 넘게 갔는데.. 면은 사진찍기 전에 그냥 먹어 버렸나 보다.)



3. 남궁

개인적으로 이름값 못하는 곳이라고 본다. 한 때는 일산 최고의 중국요릿집 정도로 불렸지만, 옛 명성은 많이 퇴색된 듯 하다. 이유야 많겠지만, 굳이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닐 듯 하고. 하지만 여기 음식은 기본적으로 아주 맛있다. 독특한 맛을 내기 위해 이것 저것 맛을 인위적으로 추가하지 않고, 기본기에 충실한 맛집이다. 실패하지 않는 상급 중국요리를 찾는 다면, 이곳 추천.



4. 또 국수생각

먹자골목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인데, 부득불 이곳을 넣은 곳은 내가 여기 단골이기 때문이다. ㅋㅋ 낡고 오래된 국수집인데, 맛은 진짜 기가 막히다. 강추 중에 강추다. 너무 외진 곳에 가게가 있고, 인테리어도 그다지 좋지 못하고, 사람 조금만 많아지면 음식 기다리는 시간이 하세월이긴 한데, 그래도 꾸준히 찾아가서 먹는 건, 여기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조미료로 국물 맛을 내고, 직접 뽑은 생면으로 삶아내는데 면 많이 먹어본 내 입맛 기준에도 최상급이다. 잔치국수과 비빔국수가 저렴하지만, 김치말이 국수를 강력 추천한다. (진짜 로컬만 아는 맛집은 추천하지 않는 법이지만, 이 집은 망할까봐 겁나서 더 자주 추천하게 된다. 오랫동안 버티고, 대박이 나길 바라는 사심이 가득하다.)


자주 가는 곳이라 사진을 안 찍는다. 그래도 구글 포토를 뒤지다가 간신히 한 장 찾아냈다.





대화동 인근 지역


1. 일산소바

웨이팅이 너무 길어 짜증나는 곳이다. 백석동에 있을 때에도 몇 번 갔던 곳인데, 거기서도 너무 줄이 길어 포기하고 그냥 오기 일쑤였다. 새 건물 크게 짓고, 주차장 넓게 뽑아서 웨이팅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줄은 길다. 점심 시간에 가면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저녁 시간에도 그만큼 기다려야 한다. 줄 서는 걸 싫어하는 지라, 어지간하면 안 가는데, 식사 시간 앞뒤로 30분 정도 피해서 가면 그냥 저냥 기다릴 만 하다. 맛? 맛있다. 맛 있으니까, 줄이 그렇게 길지. 개인적으로 일산에 메밀 먹을 만한 곳이 3군데 있는데, 그 중에 여기가 제일 낫다고 본다. 아, 여기는 일요일에 장사 안 한다. 

(앞서도 적었지만 이 글은 2017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2018년 현재 일산소바는 새 건물에서도 밀려오는 손님들을 버티지 못해(?) 농협 하나로 마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



2.  일산 칼국수

일산 칼국수는 대화동에서 조금 많이 떨어져 있어 적을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일산소바 적다가 생각나 버렸다. 게다가 뭐, 웨이팅하면 일산 칼국수지. 12시 이후에 가면, 밥 먹는 걸 포기해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그 근처에도 안 간다. 여기 들어가려는 차들 때문에 근처가 완전 혼잡하다. 평일 기준 보통 11시 20분 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니까 (주말에는 11시 정도) 그 이전에 가실 분이라면 한 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산 최고의 닭칼국수라고 본다. 




3. 파주 닭국수 - 일산 대화점

파주 본점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가 먹어 본 곳이다. (보통 새로운 면집이 생기면 일산 기준, 반경 10km 이내는 거의 다 찾아가 보지면, 여기 본점은 일산에서 좀 많이 멀다.) 일산에 지점이 생겨 찾아가 봤는데, 맛은 뭐 본점이랑 비슷하다. 나는 그다지 좋아하는 맛은 아니어서 리스트에 넣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집 식구들이 좋아해서, 가끔 가는 곳이기에 넣어 본다. (우리집 식구들은 여덟살 막내부터 아내까지 모두 면에는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나와 조금 다른 시각에서 맛을 본다.)



4. 박승광 해물 칼국수

여기도 웨이팅이 있다. 난 정말로 줄 서서 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아이들 데리고 음식점에 가서 줄 서서 아이들과 놀게 되면 진이 다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는 것은,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많이. 여기 해물 칼국수는 푸짐한 해물 + 제대로 만든 손 칼국수가 더해져 훌륭한 맛을 만들어 낸다. 면 좋아하는 분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맛이다. 




5. 덕이동 메밀꽃 필무렵 -> 메밀꽃이 피었습니다.

찾아가기도 어렵고, 주차도 불편해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조금만 마케팅을 잘 하면 뜰 곳이긴 한데, 사장님한테 그런 마인드는 별로 없는가 보다. 진짜 맛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봉평에서 맛있다는 막국수집들보다 여기가 더 낫다. 더불어 저녁에 이것 저것 시켜서 술 한 잔 하기에도 괜찮다. (교통이 불편해서 돌아올 때는 매우 피곤하다.) 그렇지만 2017년 말에 폐업했다. 안타깝다. 거듭 말하지만 이 글은 2017년 7월 말에 작성되어 2018년 9월에 수정된 글이다.

본래 홍보(?)하려는 가게가 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항목을 놔두는 것은, 비슷한 이름의 막국수집이 근처(적어놓고 보니 좀 그렇다.. 한 5-6km 떨어진 곳)에 새로 생겨서다. (서로 연관이 있을까?) 맛도 괜찮다. 예전의 덕이동 메밀꽃 필무렵처럼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맛은 아니지만, 깔끔하면서도 막국수 고유의 맛이 잘 살아있다. 개그맨이 운영하는 곳이라 사람도 많다. 



6. 망향 비빔국수

가급적 이 리스트에는 프랜차이즈를 적으려 하지 않았지만 몇 개 있다. 우래옥, 바르미, 이마트타운 베트남 쌀국수 등등이 프랜차이즈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직영이거나 혹은 가족이 운영하는 형식이라 여타 프랜차이즈처럼 천편일률의 맛이 아니다. 여기 망향 비빔국수도 그렇다. 전국에 지점이 몇 개 없고, 얼핏 듣기로 친척이 운영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5사단을 제대해서 망향 비빔국수 본점에 가서 자주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본점보다 일산점 음식 맛이 훨씬 좋다. ㅋㅋ 주차장 넓고, 근처에 자전거 도로도 있고, 맛까지 있어서 가족끼리 자주 찾는 곳이다.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고, 썩 친절하지 않다.





7. 천하일면

사실 구일산이라고 불리는 동네는 내 활동 반경에서 한참 벗어난 탓에 자주 갈 일이 없는데, 어쩌다가 우연히 이 곳을 지나면서 먹어 본 곳이다. 천하일면? 이름에서 상당한 건방짐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호기심도 생겨, 이미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먹어 봤다. 먹어 보니, 훌륭하다. 천하 일면이라고 칭하기엔 분명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렇지만 여기 사장님의 독특한 철학과 합당한 자신감이 맛에서 느껴져 고개를 끄덕여 간판 이름에 수긍하게 된다. 국물과 비주얼은 일본 라면 같은 느낌이고, 면은 칼국수와 비슷하다. 가격 대비, 양과 맛이 훌륭하다. (얼마전에는 마포 지나다가 지점 생긴 것도 봤다.)




끝내며..

자영업자가 하도 많아 자영업의 천국이자,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산. 일산에서 살아 남으면 전국 어디서든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있다고 한다. 일산은 베드타운으로 시작한 곳이기에, 한끼 때울 수 있는 외식업이 잘 발달해 버렸다. 별처럼 많은 일산의 맛집 중에서, 대화역 주변 면 요리점만 골랐다. 여기에 내가 고른 가게들은 최소한 상급 이상의 맛을 낸다.  (이 글에 적힌 업체들 중에서 하나만 추천하자면, 또국수생각을 추천하겠다. 앞서도 적었지만 단골로서 사심이 가득한 곳이다. 가끔 손님 없어서 사장님 놀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여기 없어지면, 어디가서 국수 먹지? 이런 생각 마저 든다. 아.. 물론, 여기 사장님과 나는 손님과 주인 이외의 그 어떤 관계도 아니다. 말 나눠 본 것도, 계산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정도가 대부분이다.)

일부러 이 글에는 일산 웨스턴돔과 라페스타 그리고 마두역 쪽은 적지 않았다. 다음에 글 하나 따로 내서 적어 볼 생각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네 음식점은 하도 자꾸 바뀌어서 오래된 곳이 드물다. 특히 면집은 의외로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적다.)



1주일동안에 4.5kg을 감량했다. 150만원이 걸린 내기 때문에 목숨걸고(?) 살을 뺐지만, 사실 제대로 뺀 것이 아니다. 60% 이상의 수분이 빠졌을 것이고, 실제 체중은 얼마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와의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난 1주일간 눈물의 감량을 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갑자기 살을 빼지는 않을 것이다. 살만 빼야지, 건강까지 빼 먹을 수는 없다. 


1주일에 5kg 감량하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안 먹으면 된다. 나처럼 과체중인 사람은 조금만 칼로리 섭취를 제한해줘도 드라마틱한 감량효과를 본다. 특히나 과체중의 몸을 가지고 운동으로 하루에 500kcal 이상 소모할 자신이 있다면, 한 달에 10kg 빼는 것은 일도 아니다. 물론, 앞서도 말했지만, 그건 정상적으로 몸무게가 빠진 것이 아니다. 몸에 축적된 탄수화물이 빠지면서 같이 수분도 빠지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 


그렇다고 1주일을 단식하지는 않았다. 나는 생활인이다. 가족의 가장이자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다.(-.,-) 일을 안 할 수가 없다. 적당히 농땡이야 치지만, 일할 때는 집중력이 떨어져서도 안 된다. 식사는 가급적 단백질 함량이 높은 쉐이크와 계란 흰자를 4-5 개씩 먹었다. 생각이 많은 직업이라, 일에 집중해야 할 때는 탄수화물이 조금 들어간 에너지 부스터와 바나나 한 개씩 더 먹었다. 아침에 운동할 때는 뉴트리션과 아미노산을 먹었다. 자기 전, 운동 후에는 멀티비타민과 오메가3, 유산균까지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살이 안 빠질 수 없다. -.,-; 솔직히 몸이 안 망가진 게 다행이다 싶다. 


아내와의 내기에서 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몸 망가진 것은 내일부터 추스리기로 하고, 일단 술부터 한 잔해야겠다.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술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심지어는 축구 볼 때도 술을 안 먹었다!!! 직장 동료들이 나를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 고문이 따로 없고, 지옥이 따로 없더라. 다음부터 절대! 이런 다이어트는 하지 않으리라.


오늘 저녁에 먹은 밥상. 내가 좋아하는 수육에 굴비, 

눈물이 날뻔 했다. 나이 나흔 넘어서 고기 보고 울다니.. -.,-;


여기서 이 개인적 프로젝트를 닫을까 하다가, 한 달 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살을 빼면 100만원을 받고, 한달 유지하면 50만원을 또 받는 조건이라. 추석 전날까지 이 몸무게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서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다가, 아쉬운 듯 해서 이미지 하나 더 캡쳐해서 올려 둔다. 근 5년내에 가장 가벼운 몸무게 기록이다. (6년전 쯤에는 73kg까지 갔었더랬다.) 60일동안 87.4kg에서 시작해서, 75.9kg까지 갔다. 마지막에 출장이 겹치는 바람에 생각대로 감량을 못해 조금 아쉽지만, 일단 계획했던 숫자에 도달해서 기쁘다. 한 달 동안 건강관리하면서 또 잘 빼면 된다.



먹고 살기 바쁘다. 개 끌려가듯 따라간 갑작스러운 중국 출장과 본래 계획되어 있던 가족여행이 겹치고, 일에 깔리다 보니 숨쉬는 일 말고는 꾸준히 되는 게 없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들 마무리 하고 한시름 놓았다. 블로그를 열어보니 다이어트 일기가 14일이 밀려있다. 오늘로 52일차. 두 달 간의 다이어트 기록이기에, 앞으로 8일 남았다. 

출장 다녀 와서 바로 쟀던 지난 주 토요일 몸무게가 83.3kg이었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측정했던 무게가 78.7kg이니, 거의 5kg이나 쪘다. 1주일에 1kg 빼기는 정말 어려운데, 정신줄 놓고 다니니 1주일에 5kg이 찐다. 진짜 불합리한 발란스가 아닐 수 없다. 신은 인간 몸무게에 대해 발란스 패치를 해줘야 한다. 인간을 만들어 놓았으면 책임을 줘야지. 세상에 온갖 맛있는 것들은 다 뿌려놓고, 많이 먹으면 살 금방 찌도록 설계하다니, 배고픈 다이어터 입장에서 신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주는 일에 치여 살다 보니, 회식도 없고, 과식도 없었다. 운동은 제대로 못 했지만, 시간이 없어 점심은 대충 때웠고, 저녁도 매일 회사 근처에서 사 먹다 보니 입맛도 별로 없어 많이 먹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몸무게를 재어 보니 80.4kg. 그래도 이번 주에 많이 뺐지만,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보다 딱 7kg이 빠져있다. 앞으로 3kg 남았다. 

8일동안 3kg 빼야 한다. 처음 시작할때 정도의 체지방이라면 3kg 감량이 어렵지 않겠지만, 이미 체지방 20% 미만이라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다. 할 수 있을까? 굉장히 억지로라도 이번 주 토요일에는 3kg을 감량한 것처럼 보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주는 진짜 빡세야 한다. 


1주일에 3kg 감량? 가능할까?

실질적으로 1주일에 3kg 감량은 불가능하다. 3kg이라면 대충 잡아도 20,000kcal이기 때문에, 하루에 3,000kcal 정도를 감량해야 한다. 진짜 열심히 운동해야 1시간에 300kcal 빠진다. 1일 기초 대사량을 2,000kcal로 잡으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운동을 3시간씩 해야 3,000kcal를 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소처럼 먹으면서 빼려면 하루에 10시간씩 운동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체중 제한에 걸린 운동선수이거나 인생을 포기한 노숙자가 아니라면 버틸 수 없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다면 극단적 방법을 써야 한다. 운동으로 체지방률을 더 줄이고,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면 일단 몸의 수분량이 줄어들어 일시적으로 1주일 동안 2-3kg 정도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운동 직후 수분섭취까지 안 한 상태에서 바로 몸무게를 측정하면 적어도 1kg은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몸무게 재고나면 물을 재빨리 먹어 주어야 한다.) 이런식이라면 해 볼만 하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번 출장은 완전 돌발변수였다. 안 갈 수 없었고, 안 갔다면 다이어트로 내가 굶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아 가족 모두가 굶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때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지금이라도 어떻게 해야 한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중국 선전에서 같이 먹은 저녁. 수족관에서 해산물을 고르고 계산하면 요리해준다. 영어는 절대 안되고, 오직 중국어로 주문 가능한데 요리 방식까지 손님이 원하는 형태로 선택할 수 있는 듯 했다. 그날 대략 15가지 정도의 음식을 먹은 듯 하다. 진짜 맛있었는데, 후회스럽기도 하다. 쳐다보니 다시 먹고 싶어지는데, 왜 그렇게 먹었나 싶기도 하다. 내 나이 40대. 음식도 많이 먹었지만, 나이도 많이 먹었는데.. 이미 먹어 버린 것들 가지고 이렇게 갈등이 심하다니, 내 나이는 어디로 먹은 걸까.


오늘의 다이어트

저녁에 운동 갔다 와서 잰 몸무게가 78.7kg이다. 물도 안 먹고 쟀으니, 기본 1kg은 더 계산해야 한다. 오늘 먹은 것들이 꽤 많아서 다시 80kg이 넘어야 정상인데, 불금의 즐거움을 체중계의 숫자로 느껴볼 마음으로 일부러 무리했다. 

내일 몸무게는 81kg 예상해 본다. 

(내일 저녁에는 약속이 있어 많이 먹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토요일에는 맛있는 것을 먹어야지. 다이어트도 주말에는 쉰다.)



오늘의 식사

아침은 바나나 한 개. 점심은 회냉면. 저녁은 집에서 먹은 연어초밥과 두부된장국. 

운동 갔다 와서 맥주 한 잔 했다. 


점심엔 동네 마트에서 회냉면. 곱배기. 


저녁은 사케동. 빵 써는 도마 위에다 플레이팅을 해 줘서 먹었다. (왜 이러는 걸까?)



아내가 만들어준 술 안주. 인스타라도 하는 걸까..갑자기 데코에 신경쓴다. 

저녁은 연어덮밥. 안주는 연어카나(라고 하기엔 소스가 좀...). 내일 아침엔 연어 샌드위치가 예약되어 있다.

다음부터 코스트코 가면 연어를 사오지 말라고 해야겠다.



오늘의 몸무게





사실 10kg 정도 빼고 나서 멀티비타민을 먹을 계획이었다. 날마다 약 챙겨 먹는 게 생각보다 귀찮다. 그렇지만 아침에 수영 끝내고 나오면서 비타민을 먹을 때가 왔음을 느꼈다. 강습이었음에도 힘들다. 하루종일 땀도 많이 흘렸다. 몸 상태가 살짝 부실해진 것을  느낀다. 멀티비타민이 몸보신약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이어트를 하면서 분명 부족해지는 영양소가 있을 것이고, 몸의 활력을 유지하는데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멀티비타민은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고,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이어트 할 때는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면 모든 의욕이 떨어진다. 일에 대한 의욕도, 즐거움을 찾는 의욕도, 수면욕도, 심지어 성욕까지 조절되는 기분이다. 식욕빼고는 모든 것들이 귀찮아진다. 다이어트를 하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평소 100의 기름을 넣던 자동차에 50을 넣고 같은 일을 시키면 차가 제대로 굴러갈리가 없다. 들어오는 에너지가 부족하니, 몸은 여기 저기에 짱 박아 놓았던 기름(지방)을 꺼내서 일을 처리하지만, 평소와 같은 파워일리 없다. 다이어트를 하면 생기는 필연적인 문제다. 

칼로리는 제한하지만, 다른 영양소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음식으로 보충이 안된다면 현대 의학을 빌려야지. 오메가3와 멀티비타민 그리고 평소에 안 먹는 칼슘과 소화효모까지 챙겨 먹을 계획이다. 살을 뺀다고, 건강까지 빼 버릴 수는 없다.


오늘의 음식

아침은 바나나 2개와 샐러드. 점심엔 구운 계란 3개. 저녁은 간만에 만들어 본 스테이크. 아이들 방학이라 한 번 만들어 봤는데, 정신 없이 먹다가 플레이팅했던 사진을 못 찍었다. 나름 그럴싸 했는데. 애들은 감탄하면서 먹었다. 

겉은 바싹. 속은 덜 익히는게 기본인데.. 아이들은 조금 더 익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조금 많이 구웠다. 그래도 와인에 제대로 숙성이 되어서 꽤 맛있다.




오늘의 몸무게

올해들어 처음으로 몸무게 앞자리를 바꿨다. 79.2kg. 87.4에서 시작해서 8.2kg 빠졌다. 나도 안다. 한끼 제대로 먹으면 늘어날 신기루 같은 체중이라는 것을. 그래도 나중에 실망할 일 때문에 지금의 즐거움을 날릴 수는 없다. 기쁜 마음으로 아내에게 카톡으로 인증샷을 쏴 주었다. ㅋㅋㅋ



오늘은 집에서 일을 하느라, 아침과 점심을 집밥으로 해결했다. 저녁은 약속이 있어서 나가서 먹었다. 

많이 먹었지만, 종일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몸무게가 늘지 않았다. 슬슬 이 정도 선에서 몸무게가 고정되는 느낌이다. 앞으로 4kg 정도는 더 빼야 하기 때문에 살짝 강도를 올려 볼까도 고민중이다. 

15년 넘도록 10여 번의 다이어트를 해 보았다.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평균 8-10kg 정도의 체중을 감량했다. 물론 요요로 다시 돌아왔다. 빼기는 쉬운데,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번 다이어트에서는 요요에 대해서도 계획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성공하면 새로운 개인프로젝트를 실천해 나갈 생각이다. 


체중은 단계별로 빠진다. 이제 두판왕까지 잡았다.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라, 체중이 떨어지는 경험에 대해서다. 체중은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지 않는다. 계단에서 내려오듯 한 단계, 한 단계씩 떨어진다. 오늘 0.5kg이 빠졌다고, 내일 0.8kg이 빠지고, 그 다음날 1kg, 그 다음날 1.3kg.. 이렇게 빠지지 않는다. 1-2kg 감량하면 한동안 정체기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1-2kg이 빠지고, 빠진채로 다시 유지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1-2kg이 빠져나간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체중이 감량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 단계를 지나며 몸무게의 숫자가 줄어든다.

이유는 모른다. 살이 빠지는 것에 대해 몸이 저항하는 임계치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다이어트를 계속하면 몸이 저항하기 때문에 살이 쉽게 빠지지 않다가, 체중이 못 버티고 다음 전선까지 후퇴하면 몸무게가 거기까지 빠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다음 전선에서 몸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살을 빼려는 의지와 치열한 전투를 하다 보니, 다시 체중 감량의 정체기가 오고, 다시 다이어트를 하려는 정신이 승리해서 다음 몸무게까지 후퇴하면 살이 또 빠지고. 이런 시스템으로 살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여간 꾸준히 계획했던 몸무게의 2/3까지 왔다. 게임으로 치면, 두번째 판 왕 잡은 느낌이다.

내일이면 체중의 숫자 앞자리가 8에서 7로 바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거의 2주째 몸무게는 정체이기 때문에, 한번 내려갈 타이밍이 되었다. 주말에 약속도 없고, 아내는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가기 때문에 크게 먹을 일도 없다. 이번 주말에 잘 버티면 꽤 살이 빠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다시 든다. 


오늘의 운동

수영 1시간. 달리기 30분. 걷기 1시간. 자전거 2시간. S헬스에 찍힌 운동 칼로리가 2,000kcal이 넘었다. 조금 더 연습해 보고, 철인 3종에 도전해 볼만한 체력인지 아닌 지 결정을 내려야겠다. 


오늘의 식사

아침은 서양식(?) 아이들이 방학이라 나도 같이 얻어 먹었다. 점심은 콩국수. 어머니가 갈아서 만든 물 0%의 완벽한 콩국수. 진짜 걸죽하다. 저녁은 나거서 맥주와 안주를 먹었다. 


바쁘다보니 아침을 늘 거르는데.. 우리집 애들은 이렇게 먹고 사는 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ㅎㅎ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콩국수. 어머니가 콩국을 갈아서 보내주시면, 면 삶기 대장인 아내가 중면으로 끓여준다.

맛이 기가 막히다. 


저녁에 먹은 것 중에 하나. 맥주 2천 정도 먹고.. 안주 두 어개 먹었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 전문적이지 않다. 내가 이해하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적는다. 가급적 쉽게, 다음에 봐도 무슨 말인지 알아 먹을 수 있도록 적는다.

다이어트에서 인슐린은 진짜 중요하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혈당을 일정 수치로 유지시켜 주는 호르몬이다. 혈당이란 피 속에 들어 있는 당(포도당)을 말한다. 지치고 힘들때 하는 "아, 당 떨어졌어"에서의 그 당이다. 피속에 들어있는 당. 그래서 혈당이다. 혈당이 떨어지면 당을 보충해야 한다. 무언가를 먹으면 몸(피) 안에 당이 쌓이고, 이때 몸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나와서 당을 세포세포까지 배달해 준다. 그러면 세포는 에너지를 얻고, 우리는 힘을 다시 낼 수 있다.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혈당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우리 몸은 매우 위험해진다. 그래서 꼭 혈당을 낮춰야 하는데, 인슐린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병이 당료병이다. 당료병은 오줌으로 당이 나올만큼 몸 안에 당이 많은 병이란 뜻인데, 실제로 소변으로 당이 나오지는 않는단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당료병이야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니까 넘어가고.

당이 들어오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당을 차근차근 세포까지 배달한다. 택배 기사 같은 거다. 그냥 배달하지 않고,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서 세포에 배달하고, 저장까지 해 준다. 엄청 친절하다. 그런데 그 친절한 기사님이 배달하러 갔는데, 배달하는 장소에 더 이상 물건이 안 들어간다면 어떻게 할까? 에너지를 세포에 넣어주려고 왔는데, 이 사람이 밥 먹고 움직이지를 않아서, 세포에 에너지가 넘쳐 흘러. 그래서 새로온 에너지를 저장할 곳이 없어. 이 기사님은 망설이지 않는다. 지나치게 친절하다. 남는다고 버리는 법이 없다. 넘치는 당을 지방으로 바꿔서 저장해 준다. 이야~~~~ 엄청 친절하지만, 살이 찐다.

랩틴이라는 놈이 있다. 배고픔을 관장하는 호르몬이다. 몸 안에 랩틴이 많아지면 배고픔이 사라진다. "아~~ 배 부르다"라고 몸이 외친다면, 몸 안에 랩틴 호르몬이 많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다이어트 설명서"라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랩틴과 그렐린" 두 놈만 팬다. (그렐린은 다음에) 랩틴 호르몬을 조절하는 것은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앞서 이야기한 우리 몸의 소중한 택배기사 인슐린이다. 인슐린이 많아지면 랩틴은 줄어든다. 어? 이상하다? 인슐린이 많은 경우는 보통 배가 부른 경우다. 당이 들어왔으니까 인슐린이 분비된 것이다. 그런데 인슐린이 많으면 랩틴이 적어진다고? 랩틴이 많아야 배가 부른 것을 내 몸이 아는데, 왜 줄어들지? 줄어들면 허기가 지는데? 이상하다!!!! 

이상하지만, 정리해 보자. 

당 떨어졌다 -> 당을 먹는다 -> 당을 세포까지 배달해 주는 택배 기사인 인슐린을 분비 -> 인슐린이 많아지니까, 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랩틴 수치가 떨어진다 -> 당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 다시 당을 먹는다 -> 인슐린 분비 -> 남아 도는 당으로 할게 없다. 쌀 남으면 떡 만들듯, 당으로 지방을 만들어서 살을 찌운다. -> 인슐린이 많아져서 다시 랩틴 수치가 떨어진다 -> 당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 당을 또 먹는다 -> 다시 우리 몸은 인슐린을 발사 -> 인슐린이 당을 세포로 배달하러 갔더니, 아직 소화 다 안되어 있다. 당을 버릴 수는 없다. 에잇! 지방으로 만들어서 저장한다. ->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 인슐린이 많아지니까, 다시 랩틴 수치가 떨어졌다. -> 허기가 진다. -> 젠장. 먹어야지.


이런 악순환은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는 음식이 만들어낸다. 대표적으로 밥. 빵. 면 등등등. 보통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이다. 탄수화물만 적게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오늘의 다이어트

아침운동은 수영. 적당한 드릴. 요즘엔 왼쪽 호흡을 하려고 노력중인데 무지 힘들다. 퇴근을 9시 넘어서 해서 저녁 운동은 못했다. 아침엔 계란 세 개. 점심엔 네 개. (조삼모사.. 아니 조삼점사) 저녁은 거래처 갔다가 오는 길에 행주산성에 들러 메밀국수와 전병, 수육을 시켜서 먹었다. ㅋㅋㅋ 운전 때문에 술은 안 먹었다. 

오늘의 몸무게

빡센 하루였다. 살이 안 빠질 수 없다.




배 안 고파?

아내가 물어본다. 배 안 고파? 아내와의 100만원빵에서 시작한 다이어트다. 아내는 내 몸무게에 관심이 많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별로 안 고파.

그럴리가 없다. 아침, 점심 칼로리를 제한하는 다이어트 방법이라, 낮에 한참 정신 없이 일하고 나면 허기가 확 온다. 5시 넘어가면 정신이 혼미하다. 위장에서는 돌맹이라도 달라고 외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단호하다. 그럴 수 없다.

배고플때 내가 하는 마인드 컨트롤은 하나다. 맛있는 것만 먹자. 맛 없는 것은 절대 먹지 말자! 제대로된 한끼, 맛있는 식사, 잘 조리된 간식, 향긋한 후식까지. 여기에 와인까지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신선한 회도 좋고, 맛있게 구워진 고기도 좋고, 제대로 끓인 찜도 좋고, 잘 차려진 밥도 좋다. 단! 맛있어야 한다. 맛 없으면 안된다. 절대 맛 없는 것은 먹지 않겠다. 맛 없으면 차라리 먹지 않는다. 뱃속에서는 길 건너 편의점에서 핫바라도 사 먹자고 난리지만, 의식은 단호히 거절한다. "그렇게 먹고 살고 싶지 않다!"

살 빼는 목적은 다양하다. 나는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다. 장돈건 같은 멋진 외모는, 유치원 입학하면서 포기했다. 빨래판 같은 복근은 다음 생애에 기대하련다. 건강하게 즐겁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도 족하다.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나에게 주신 소명은 주어진 수명 속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살다 가라는 것이라 믿는다.

건강한 몸으로 즐거운 삶을 만들어야 한다. 맛없는 음식은 즐거운 삶의 반대말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삶을 위해서인데, 즐거운 삶의 가장 큰 방해물인 맛 없는 음식으로 내 배를 채울 수 없다. 배가 고플 때마다, 땅에 떨어진 것이라도 몰래 주워 먹자고 소화기관이 울부짖을 때마다, 나는 결단코 반대한다. 신이 나에게 주신 삶의 목적과 정반대의 행동을 할 수 없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이때만큼은 신실해진다.

아내는 늘 내가 배고픔을 어떻게 참는 지 궁금해한다. 내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둑질이라도 할 것 같은데 잘 참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참는 것이 아니다. 나는 기다리는 것이다. 맛집에서 대기표를 뽑듯, 맛 있는 것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배를 살짝 비워 두는 것이다. 배가 고프지만, 맛있는 것을 먹는 기쁨을 생각하면 이까짓 것 참을 수 있다. 게다가 100만원도 걸려 있다.


오늘의 음식

아침엔 바나나. 점심엔 삶은 계란 두 개 (나는 계란을 좋아한다. 사춘기 때는 앉아서 삶은 계란 한 판도 먹은 적이 …. -.,-) 저녁은 집 밥. 가지와 양파를 곁들인 소고기 안심 구이. 옆 집에서 가져다 준 맛 있다는 탕수육, 발사믹을 뿌린 구운 계란 샐러드. 밥. 사진엔 나오지 않았지만 새우 넣고 끓인 두부된장찌개도 있다. 된장찌개에서 두부 건저 먹는 맛은 진짜 최고다.




오늘의 운동

아침에 수영(강습이었지만, 가급적 왼쪽 호흡으로만 자유형을 했다. 나중에 오픈 워터에 나갈 생각이다.) 저녁에 런닝 3km.

오늘의 몸무게

어제보다는 조금 빠졌다. 의미없는 숫자지만 -6.3kg.




올 초에 계획했던 것들을 잠시 돌아 봤다. 1월 1일 계획표에는 지구라도 정복할 듯한 포부였는데, 지금은 완전 쪼그라들어 있다. 이것도 실패, 저것도 실패, 이건 아직 시작도 못했고, 저것도 다음 달에는 시작해야 성공할까 말까 하고, 그나마 지금 시작하고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이어트 뿐이다. 

다른 목표들은 방법도 쉽다. 담배는 안 피면 끝이다. 다른 것 없다. 술도 안 먹으면 된다. 다이어트는? 안 먹으면 된다고? 사람이 안 먹으면 죽는다. 안 먹을 수 없다. 조금씩 먹어야 한다. 그리고 가려가면서 먹어야 한다. 게다가 운동도 해야 한다. 운동도 유산소 운동만이 살을 빼 준다.  살만 뺀다고 의미가 없다. 체지방을 빼야 하며, 허리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방법이 쉽지 않다. 복잡하다.

방법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실패확률이 높다. 심플한 계획이어야 도전하기 쉽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식단표를 싫어하는 이유다. 이것 저것 주워들은 다이어트 계획을 섞어서 도전해봐야 실패확률만 높다.  간단한 방법. 지속하기 쉬운 방법. 하루 이틀 실패해도 다시 힘내서 도전하기 쉬운 방법이어야 한다.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에 대해 마뜩잖아 하는 이유도 같다. 건강을 해치는 것을 떠나서, 탄수화물이 빠진 음식을 먹으려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생각만 해도 복잡해진다. 회사 생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가족들과의 즐거운 한 끼 식사를 망치고 싶지도 않지 않은가? ) 

가장 간단한 다이어트 방법은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이게 안 되서 고민인 것이고, 이게 힘들어서 포기한다. 심플하게 가자. 밥 한 숟가락 적게 먹고, 하루에 10분만 걷자. 어렵지 않다. 그냥 밥 먹을 때, 딱 한 숟가락만 덜 먹는 거다. 그리고 딱 10분만 걷는 것이다. 이게 쌓이면 나중에는 밥 반 그릇 덜 먹을 수 있고, 하루 한 시간 걸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힘들다고? 한 숟가락 덜 먹는 게 힘들고, 10분 걷는 게 어렵다고? 그럼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정도도 못한다면 다이어트는 불가능하다. 

앞에서 담배 끊는 일이 쉽다고 적었지만 그게 방법이 쉽다는 것이지, 결심이 쉽다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20년 넘게 피어온 담배를 5년 전쯤 끊으면서 "다시 담배를 피우면 손가락을 잘라야지" 정도의 결심으로 시작했다. 3년 전쯤, 1년 정도 술을 끊으면면서도 비슷한 수준의 결심을 했다. 밥 그릇에서 한 숟가락 덜어낼 결심도 없고, 하루 10분 걸을 의지도 없으면서 무슨 다이어트? 

"한다면 한다" 라는 꼰대적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말을 했으면 나는 꼭 지켜"라고 떠벌리는 술꼬장 같은 말버릇은 보통 주위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게 많은 피해를 주지만, 가끔 괜찮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한 숟가락 부터, 하루 10분만, 정도로 결심을 아주 간편하고 쉽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작은 결심을 점점 크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다이어트는 성공한다. 


오늘의 음식

조금 덜 먹는 방법을 택하지만, 가끔 맛있는 음식 앞에 여실히 무너지고는 한다. 어쩔 수 없다. 나는 "한다면 한다"라고 외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끝까지 하는" 스타일이다. 오늘 많이 먹었지만 게의치 않는다.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


점심에 먹은 평양 만두국. 

가좌동에 본점이 있을 때는 웨이팅이 길어서 안 먹었는데, 운정 지점은 한결 여류롭다. 

매운 맛 만두국은 해장하기에도 좋다. 


저녁에 먹은 삼계탕. 백석동에 있는 삼계탕 집에서 포장해서 가져왔다.

여기도 저녁에 가면 웨이팅이 아주 길다. 그냥 포장해서 가져오는 것이 좋긴 한데, 

그렇지만 그러면 매장에서 주는 인삼주를 못 먹는 단점이.. 




오늘의 몸무게

정직한 몸무게. 먹은 만큼 늘어난다. 세상이 이리 공평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일하면 통장에 돈이 째깍째깍 들어온다거나, 아니면 바로 바로 결과를 얻는 다거나나 하는 식이면 좋겠다. 많이 먹은 다음 날 몸무게를 보면, 이 세상에 몸무게만큼 정직한 것은 없더라. 젠장.





다른 결심들은 오히려 쉽다. 금연? 담배를 안 피면 바로 끝이 난다. 다시 담배를 피기 전까지는 일단 성공이다. 금주?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안 먹으면 끝이다. 마음 먹고, 바로 멈추는 순간, 일단 성공이다. 다시 시작하면 실패가 되지만, 내일 다시 술을 마시건, 다음 주에 다시 담배를 피건 간에 일단 오늘은 성공이다. 한 시간 후에 금단 증상을 참지 못하고 다시 시작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일단 깔끔하게 결과가 눈에 보인다. 

다이어트?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려면 최소 3주는 걸린다. 3주 정도 지나면  사람들이 "오 살 조금 뺐네?"라고 말을 하지만, 그 과정은 괴롭고 지난하다. 다른 결심들이 시작과 동시에 성공을 눈에 볼 수 있다면, 다이어트는  결심 이후, 실천, 그리고 성과를 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긴 시간을 참아야 하는 다아이트의 특성은 의지 박약자들을 양산해 낸다. "이번 생은 안되~~"라고 외치며 장렬히 포기하는 다이어트들이 많은 것은, 기간이 길어서 생기는 어려움 때문이다. 다이어트 시작과 동시에 1kg이 빠지면서, 날마다 500g 정도가 쑥쑥 빠진다면, 그걸 보는 즐거움으로라도 다이어트를 할 텐데, 이 놈의 살은 안 먹어도 쉽게 티가 안나니 금새 힘이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포기한다. 


그래도 안 할 수 없다.

툭 튀어 나오는 배에서 기아 상태의 난민이 오버랩되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얼굴 살을 모며 일본 덕후들의 모습들이 연상된다면 상당히 끔찍하다. 쉽게 그만 둘 수 없다. 이것 아니어도 인생에 마이너스 요소가 많다. 다이어트라도 성공해서 인생 스펙 평점을 올려야 한다. 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긴 다이어트 기간 내내에 긴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팁

한 가지 팁을 말하자면,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면, 조금만 힘들어져도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멈추게 된다. 주위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도 모를 뿐더러, 실패했는지도 모른다. "다이어트 실패했어"라는 말과 동시에 "시작이나 했었어?"라는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주위 사람들을 브레이크로 만들어야 한다. 주위 사람들이 "다이어트는 어때? 잘 되고 있어? 다이어트 한다며 그걸 왜 먹어?" 라고 건네는 한 마디는 "아.. 안 될 것 같아.. 더 버틸 수 없어.."라는 소화기관의 외침에 강력한 입막음을 가하게 된다. 일단 주위 시선을 의식하게 되면, 쉽게 다이어트를 그만 둘 수 없다. 의지 박약자로 찍히고 싶은 사람은 없다. 회사나 사회에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고 있는 위치라면 더더욱 그렇다. "내가 말이야. 한다면 해!"라고 떠들고 다니는 꼰대 스타일의 성격이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했을 경우 성공확률이 아주 아주 높아 진다. 뱉은 말은 주워 담아야지. 


오늘의 음식

오늘은 홍어 삼합. 사실 홍어 삼합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돼지 고기다. 가끔 홍어에만 집중하는 가게들이 많던데, 돼지고기가 맛없으면 말짱 황이다. 제대로 삶아진 돼지고기에 잘 삭힌 홍어를 올리고, 그리고  묵은지에 싸먹으면 캬~~~~~~~~!!! 세상에 왜 이리 맛있는 것이 많은거야? 나, 다이어트 중이라고.


대화동에 있는 전라도술상에서 먹었다. 

근처에 남도술상 본점(예전이름은 호프랑 소주랑)이 있는데, 구성이 비슷하지만 맛은 이쪽에 한 표 더 주고 싶다. 

양과 가격은 남도술상이 더 저렴해서, 그쪽에 더 많이 가지만 말이다. ㅋㅋ



오늘의 몸무게

몸무게는 정직하다. 낮에 많은 운동을 했지만, 저녁 한 끼 제대로 먹으면, 몸무게는 여실없이 그 결과를 숫자로 보여준다. 나쁜 시키. 81.1kg. -6.3kg. 어제보다 700g 더 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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