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계획했던 것들을 잠시 돌아 봤다. 1월 1일 계획표에는 지구라도 정복할 듯한 포부였는데, 지금은 완전 쪼그라들어 있다. 이것도 실패, 저것도 실패, 이건 아직 시작도 못했고, 저것도 다음 달에는 시작해야 성공할까 말까 하고, 그나마 지금 시작하고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이어트 뿐이다. 

다른 목표들은 방법도 쉽다. 담배는 안 피면 끝이다. 다른 것 없다. 술도 안 먹으면 된다. 다이어트는? 안 먹으면 된다고? 사람이 안 먹으면 죽는다. 안 먹을 수 없다. 조금씩 먹어야 한다. 그리고 가려가면서 먹어야 한다. 게다가 운동도 해야 한다. 운동도 유산소 운동만이 살을 빼 준다.  살만 뺀다고 의미가 없다. 체지방을 빼야 하며, 허리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방법이 쉽지 않다. 복잡하다.

방법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실패확률이 높다. 심플한 계획이어야 도전하기 쉽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식단표를 싫어하는 이유다. 이것 저것 주워들은 다이어트 계획을 섞어서 도전해봐야 실패확률만 높다.  간단한 방법. 지속하기 쉬운 방법. 하루 이틀 실패해도 다시 힘내서 도전하기 쉬운 방법이어야 한다.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에 대해 마뜩잖아 하는 이유도 같다. 건강을 해치는 것을 떠나서, 탄수화물이 빠진 음식을 먹으려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생각만 해도 복잡해진다. 회사 생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가족들과의 즐거운 한 끼 식사를 망치고 싶지도 않지 않은가? ) 

가장 간단한 다이어트 방법은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이게 안 되서 고민인 것이고, 이게 힘들어서 포기한다. 심플하게 가자. 밥 한 숟가락 적게 먹고, 하루에 10분만 걷자. 어렵지 않다. 그냥 밥 먹을 때, 딱 한 숟가락만 덜 먹는 거다. 그리고 딱 10분만 걷는 것이다. 이게 쌓이면 나중에는 밥 반 그릇 덜 먹을 수 있고, 하루 한 시간 걸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힘들다고? 한 숟가락 덜 먹는 게 힘들고, 10분 걷는 게 어렵다고? 그럼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정도도 못한다면 다이어트는 불가능하다. 

앞에서 담배 끊는 일이 쉽다고 적었지만 그게 방법이 쉽다는 것이지, 결심이 쉽다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20년 넘게 피어온 담배를 5년 전쯤 끊으면서 "다시 담배를 피우면 손가락을 잘라야지" 정도의 결심으로 시작했다. 3년 전쯤, 1년 정도 술을 끊으면면서도 비슷한 수준의 결심을 했다. 밥 그릇에서 한 숟가락 덜어낼 결심도 없고, 하루 10분 걸을 의지도 없으면서 무슨 다이어트? 

"한다면 한다" 라는 꼰대적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말을 했으면 나는 꼭 지켜"라고 떠벌리는 술꼬장 같은 말버릇은 보통 주위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게 많은 피해를 주지만, 가끔 괜찮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한 숟가락 부터, 하루 10분만, 정도로 결심을 아주 간편하고 쉽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작은 결심을 점점 크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다이어트는 성공한다. 


오늘의 음식

조금 덜 먹는 방법을 택하지만, 가끔 맛있는 음식 앞에 여실히 무너지고는 한다. 어쩔 수 없다. 나는 "한다면 한다"라고 외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끝까지 하는" 스타일이다. 오늘 많이 먹었지만 게의치 않는다.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


점심에 먹은 평양 만두국. 

가좌동에 본점이 있을 때는 웨이팅이 길어서 안 먹었는데, 운정 지점은 한결 여류롭다. 

매운 맛 만두국은 해장하기에도 좋다. 


저녁에 먹은 삼계탕. 백석동에 있는 삼계탕 집에서 포장해서 가져왔다.

여기도 저녁에 가면 웨이팅이 아주 길다. 그냥 포장해서 가져오는 것이 좋긴 한데, 

그렇지만 그러면 매장에서 주는 인삼주를 못 먹는 단점이.. 




오늘의 몸무게

정직한 몸무게. 먹은 만큼 늘어난다. 세상이 이리 공평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일하면 통장에 돈이 째깍째깍 들어온다거나, 아니면 바로 바로 결과를 얻는 다거나나 하는 식이면 좋겠다. 많이 먹은 다음 날 몸무게를 보면, 이 세상에 몸무게만큼 정직한 것은 없더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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