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안 고파?
아내가 물어본다. 배 안 고파? 아내와의 100만원빵에서 시작한 다이어트다. 아내는 내 몸무게에 관심이 많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별로 안 고파.
그럴리가 없다. 아침, 점심 칼로리를 제한하는 다이어트 방법이라, 낮에 한참 정신 없이 일하고 나면 허기가 확 온다. 5시 넘어가면 정신이 혼미하다. 위장에서는 돌맹이라도 달라고 외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단호하다. 그럴 수 없다.
배고플때 내가 하는 마인드 컨트롤은 하나다. 맛있는 것만 먹자. 맛 없는 것은 절대 먹지 말자! 제대로된 한끼, 맛있는 식사, 잘 조리된 간식, 향긋한 후식까지. 여기에 와인까지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신선한 회도 좋고, 맛있게 구워진 고기도 좋고, 제대로 끓인 찜도 좋고, 잘 차려진 밥도 좋다. 단! 맛있어야 한다. 맛 없으면 안된다. 절대 맛 없는 것은 먹지 않겠다. 맛 없으면 차라리 먹지 않는다. 뱃속에서는 길 건너 편의점에서 핫바라도 사 먹자고 난리지만, 의식은 단호히 거절한다. "그렇게 먹고 살고 싶지 않다!"
살 빼는 목적은 다양하다. 나는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다. 장돈건 같은 멋진 외모는, 유치원 입학하면서 포기했다. 빨래판 같은 복근은 다음 생애에 기대하련다. 건강하게 즐겁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도 족하다.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나에게 주신 소명은 주어진 수명 속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살다 가라는 것이라 믿는다.
건강한 몸으로 즐거운 삶을 만들어야 한다. 맛없는 음식은 즐거운 삶의 반대말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삶을 위해서인데, 즐거운 삶의 가장 큰 방해물인 맛 없는 음식으로 내 배를 채울 수 없다. 배가 고플 때마다, 땅에 떨어진 것이라도 몰래 주워 먹자고 소화기관이 울부짖을 때마다, 나는 결단코 반대한다. 신이 나에게 주신 삶의 목적과 정반대의 행동을 할 수 없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이때만큼은 신실해진다.
아내는 늘 내가 배고픔을 어떻게 참는 지 궁금해한다. 내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둑질이라도 할 것 같은데 잘 참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참는 것이 아니다. 나는 기다리는 것이다. 맛집에서 대기표를 뽑듯, 맛 있는 것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배를 살짝 비워 두는 것이다. 배가 고프지만, 맛있는 것을 먹는 기쁨을 생각하면 이까짓 것 참을 수 있다. 게다가 100만원도 걸려 있다.
오늘의 음식
아침엔 바나나. 점심엔 삶은 계란 두 개 (나는 계란을 좋아한다. 사춘기 때는 앉아서 삶은 계란 한 판도 먹은 적이 …. -.,-) 저녁은 집 밥. 가지와 양파를 곁들인 소고기 안심 구이. 옆 집에서 가져다 준 맛 있다는 탕수육, 발사믹을 뿌린 구운 계란 샐러드. 밥. 사진엔 나오지 않았지만 새우 넣고 끓인 두부된장찌개도 있다. 된장찌개에서 두부 건저 먹는 맛은 진짜 최고다.
오늘의 운동
아침에 수영(강습이었지만, 가급적 왼쪽 호흡으로만 자유형을 했다. 나중에 오픈 워터에 나갈 생각이다.) 저녁에 런닝 3km.
오늘의 몸무게
어제보다는 조금 빠졌다. 의미없는 숫자지만 -6.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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