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에 6박 7일 일정으로 갔다 왔다. 


처음엔 여행 갈 마음이 없었다. 진짜 바쁘다. 해야 할 일에 치여 숨쉬고 살기 벅차다. 헉헉.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은 생각. 내가 이렇게 목숨 걸고 일을 한다고 해서 일정 내에 이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목표한 마지막 날은 얼마 남지 않았고, 이 일은 절대!~ 네버! 그 날까지 끝낼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며 현자의 시간이 찾아왔다. 어차피 망했다면, 굳이 아둥거릴 필요가 없다. 여행이나 가야겠다. 부랴부랴 항공편과 호텔을 예약. 바로 떠났다. 월요일에 갔다가, 일요일에 오는 일정 6박 7일 코스. 어차피 망한 프로젝트. 가능하면 오래 놀다 올 생각이다. 뒷감당은 돌아와서 하면 된다. 어떻게? 아. 몰라.


일정


1일차 : 세부 도착 -> 퀘스트 호텔로 이동

오후에 공항 도착. 택시를 타고 시내 퀘스트 호텔로 이동. 씻고 바로 취침. 

퀘스트 호텔 ( Quest Serviced Residences : Archbishop Reyes Avenue, Cebu City, 6000 Cebu, 필리핀) :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고, 깔끔하고 직원들도 친절한 편이다. 조식도 좋고, 그렇지만 체크아웃 할 때, 먹지도 않은 미니바 요금을 내라고 해서 한참을 다퉈야 했다. 내가 방에 들어가서 확인하겠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미니바 요금을 취소해 준 양아치스러움이 있다. 


2일차 : 쇼핑과 호핑

아침에 일어나 아얄라 몰에 가서 환전을 하고, 간단히 쇼핑을 했다. 11시에 호핑을 가서, 오후 6시쯤에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은 아얄라 몰 카사베르베에서 먹었다. 호핑 업체 후기는 다음 글에 쓰련다. 음식점 후기 역시 나중에. ㅎㅎ

아얄라 몰 (Cardinal Rosales Ave, Cebu City, Cebu, 필리핀) : 꽤 큰 쇼핑몰인데 그다지 쇼핑할 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환전소는 3층에 있는데, 다른 곳보다 가격이 괜찮다. 다른 블로그에 자세히 나와 있어 링크로 대신한다. ( 링크 )


아얄라몰 카사베르데에서 먹은 저녁식사. 맛있다. 웨이팅이 조금 있지만, 기다릴만한 맛이다.


3일차 : 캐녀닝 +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

겁 많고, 키 작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있어서 많이 망설였던 프로그램.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캐녀닝은 스위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알찼고, 고래상어 투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만 한국인업체라는 메리트는 그다지 없는 듯 하다. 버스 기사와 현지 업체를 조인시켜 주는 정도. 한번 즐겨 봤으니 다음에 갈 일은 없겠지만, 가게 된다면 현지 업체와 다이렉트로 조인하는게 더 좋을 수도 있을 듯 하다. 캐녀닝과 고래상어 투어 모두 겁 많은 초등학생이 제대로 즐기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케어해 주는 현지 가이드들이 노련하고 친절한 탓에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어린 초등학생이 있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우리집 큰 아이는 13살 자기 인생에서 최고의 경험이었다는 소리를 하지만, 둘째는 재미없었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안전상 권하고 싶지 않다.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는, 이런 고래들 옆에서 수영(사진찍기) 하는 체험이다. 조류가 강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둘째는 배위에서 있었고, 큰 아들과 아내, 그리고 나는 물에서 저 고래들과 사진을 찍었다. 고래가 상당히 크고, 굉장히 가깝게 있지만, 인간에게 큰 관심이 없어 위험하지는 않았다. 


캐녀닝은 이런 계곡을 상류에서부터 하류로 내려오는 액티비티이다. 멋진 자연을 보면서, 낮게는 1m, 높게는 10m 절벽에서 다이빙하면서 내려온다. 짜릿한 재미와 시원한 즐거움이 있다. 가격도 짜릿(?)하게 비싸다.



1m 높이에서 뛰어내렸다고 둘째 아들은 울고 있다. (둘째도 수영을 한다. 3m 깊이의 풀에서 수영 강습을 받아 봐서 물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나중에 물어 보니, 무서웠지만 조금 재미있었단다. -.- 하여간 이후로, 둘째는 더이상 뛰지 않고 가이드가 전담해서 데리고 다녔다. 투어가 끝나고, 고마운 마음에 저 친구에게 꽤 많은 팁을 줬다. 어린아이가 포함되어 있어, 우리 가족 네 명에 가이드 3명이 붙었다. 



4일차 : 세부플러스 호핑 -> 크림슨 리조트로 이동

캐녀닝 다음날 호핑을 넣을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노는 것도 좋지만, 체력도 고려해서 일정을 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핫하디 핫한 호핑 업체인 세부플러스 예약일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4일차에 호핑을 또 넣었다. 아이들 모두 만족하고 즐거워했다. 예상과 다르게 내가 힘들었다. 노는 것도 중노동이다. 


5일차 : 크림슨 리조트에 짱 박히기

리조트 내에서 물놀이 휴식. 나는 책 한권 들고 나가 선 베드 밑에서 잠만 잤다. 책은 휴가지 패션 소품이자 숙면 아이템. 점심은 룸서비스로,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해결. 필리핀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 크림슨 정도의 리조트에서 만원 정도로 룸서비스로 식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축복에 가깝다. 식사 역시 아주 괜찮았다.


룸서비스.. 저렴하고 맛도 괜찮다.


6일차 : 크림슨에서 버티다가 엘로이사 호텔로 이동

크림슨 호텔 수영장 옆의 점심 뷔페가 유용했다. 마지막 날은 여기 뷔페 신세(?)를 지기로 했다. 메뉴는 별로이지만 맥주 무제한에, 오후 5시까지 계속 먹을 수 있다. 오전에 자리 맡아 놓고 오후 5시까지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다. 그렇게 5시까지 수영장과 바닷가를 오가며 놀다가 다음 호텔로 이동. 새벽 비행기라 호텔에서 아이들을 한 숨 재웠다. 아이들은 잠이 안 온다며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버텼지만,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침대에 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든다. 피곤했었나 보다. 호텔 1층에 로컬 마사지샵이 있어 마지막 마사지 받기 편리하고, 공항 드랍을 해 줘서 이동하기 편하다. 


지붕 있는 선베드에 누워, 집에 가기 싫다. 회사에 가기 싫다. 일하기 싫다.. 강렬하게 주문을 외우고 있는 중... 


7일차 : 집에 왔다. 

아침 8시에 인천공항에 도착. 햄버거 하나 사 먹고 집에 오니 10시다. 엄청 피곤하다. 그래도 즐거웠다. 문득 내일이 무서워졌다. 해야 할 일이 무섭다. 신이시여, 내일 눈 뜨면 다시 세부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프로젝트는 우엉각시가 끝내 놓았기를 바라며, 침대에 눕는다. 제발!!



정리하자면...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집 밖에서 자는 것을 목표로 여행을 다닌다. 1년에 여러 번 국내 여행을 하고, 한 두번은 해외를 나간다. 이렇게 십 년 가까이 여행을 즐기며 살고 있다. 나름 즐거운 인생이다. (물론 대신 일상이 빡세다. 주 60시간 근무를 하면서 얻는 댓가이니 다음 생에 이렇게 살라고 하면,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는 것을 고민해 보겠다.)

개인적으로 가 보았던 국가 중에서 최고의 가성비 여행지를 꼽으라면 세부이며, 그 안에서 최고의 가성비 놀이를 꼽으라면 호핑을 꼽겠다. 여행을 자주 다니지만, 필리핀 세부의 호핑은 다른 곳의 호핑과 혹은 뱃놀이와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만족도가 높다. 가격도 저렴하고 프로그램도 좋다. 아무래도 저렴한 이 나라의 물가와 한국업체들 간의 경쟁이 더해져 만들어진 최적의(?) 여행 시스템인 듯 하다. 

치안만 확실하다면 세계 최고의 관광지라고 본다. 관광객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지만, 그리고 세부 막탄섬의 치안 지수는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필리핀의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기에는 그동안 필리핀 관련 뉴스가 보여준 막장스러움이 너무 크다. 치안은 필리핀 리스크라고 할 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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