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6박 7일 (공항에서 자정을 넘겼으니 패키지 여행 기준으로는 6박 8일이려나) 일정으로 코타키나발루에 갔다 왔다. 어린 아이들과 연로하신 부모님까지 함께 간 여행인지라 이것 저것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비행기표부터 숙소, 여행 일정, 레스토랑까지 고민해서 계획했다. 보통 여행 일정 만들 때는, 하루에 한 두개 큰 일정 넣어두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도록 짠다.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을 정해 거점을 만들고 거점과 거점을 이어서 일정을 만들고 동선을 계획한다. 이 와중에 호텔을 정하거나, 비행일정을 잡는 편이다. (가끔은 호텔이나 비행일정에 따라 계획을 맞추기도 한다. 괌에 갔을 때는 PIC에 묵을 요량으로 다른 일정을 거의 잡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널널하게. 가급적 여유시간 넘치게 계획해야 했다.


1. 이마고몰 에어비앤비


인원이 많아 호텔 보다는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골랐다. 말레이시아 숙소는 굉장히 저렴하다. 처음엔 눈을 의심할 정도. 방 3개에 넓은 거실이 있고, 욕실이 두 개 있는 숙소 가격이 1박에 1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다니. 거기에 수영장부터 이런 저런 부대 시설까지 붙어 있는데도 말이다. 

숙소는 고심하다가 The Loff@imago (이하 이마고몰)의 레지던스로 골랐다. 사진으로 보이는 수영장이 마음에 들었고, 건물 내에 대형 쇼핑센터가 있어 건물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 1주일간 묵어 보니, 건물에 모기가 좀 있고, 벌레도 간간히 보이지만 그건 이 나라에서는 특급 호텔 아니면 자연스럽게 허용되는 위생 기준이니 그 정도는 넘어가고, 편리한 교통과 편의 시설에 점수를 높게 주고 싶다. 수영장도 훌륭했다. (수질 관리는 좀 부족한 듯) 그리고 아래 따로 적겠지만, 이마고몰에 맛집이 많아 특별히 다른 곳에 가서 밥 먹을 일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수영장이 꽤 괜찮다.

이마고 몰에서 간간히 이런 전통 쇼를 한다. 우리나라 백화점 행사 같은 느낌..


2. 제셀톤 포인트

제셀톤 포인트가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섬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들려야 하는 관문이라 후기가 많다. 보통 흥정을 통해 표를 저렴하게 구매하는데, 우리는 섬에 그냥 데려다주고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 지라, 잔돈 깎아 주는 선에서 - 별도의 흥정 없이 왕복 배표를 구매했다. 종종 석양이 아름다워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선착장 주변에는 간단히 요기를 때울만한 집들이 있다. 우리나라 여객선 터미널 생각하면 될 듯 하다.



3. 사피섬


사피섬은 스노쿨링을 하러 갔다. 우리는 스노쿨링 장비를 서울에서부터 가져갔다. 우리 가족 전부가 물놀이를 굉장히 좋아하는 지라 스노쿨링 장비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고, 입에 물고 사용해야하는 장비들이기에 가급적이면 스노쿨링 장비는 가지고 다닌다. 여기에 점심 먹을 것도 제설톤 포인트에서 구입해서 사피섬까지 싸 가지고 갔다. 사피섬 내에 먹을 것을 판다고 들었지만 위생도, 맛도, 가격도 모두 형편없다고 해서 컵라면과 이런 저런 주전부리들을 한 바구니 가져갔다. 들고 갈 때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한 일이었다. 스노쿨링 장비로 깨끗한 사피섬의 많은 물고기들과 재미있게 물놀이를 했고, 우리가 가져간 음식으로 북적이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들고 갈 여력이 된다면, 가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사피섬 가는 선착장과 배 안에서.. 사피 섬에서는 액션캠으로 동영상을 좀 찍었는데, 아직도 편집을 못하고 있다... 이번 생에는 못할 듯..


4. 켈리베이


아이들이 완전 만족해 했다.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셨고, 아내도 즐거워했다. 바다와 놀이 장소는 적절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먹을 것도 훌륭했다.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큰 아들은 바나나 보트를 다섯 번이나 탔다. 나도 세 번 탔다. ㅋㅋ 그렇지만 난 바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어 조금 아쉬웠다. 네이버 카페에서 예약해서 갔고, 성인은 1인당 190링깃. 오고 가는 거리가 멀어서 지루하고, 차량의 승차감이 좋지 않아 엉덩이와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런 선착장에서 기다리다가 배를 타고 건넌다.

칼리베이 해변

칼리베이 해변 - 수영 하기엔 수심이 낮고, 백사장이 길어 좋지 않다.

바나나 보트. 여러 번 탈 수 있다.

카약도 옆에서 탈 수 있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이라던가.. 


5. 반딧불 투어 


여행 성공의 절반은 날씨다. 완벽하게 훌륭한 날씨의 축복 속에 우리는 기가 막힌 노을을 만났다. 인생 샷 몇 개를 건졌다. 어마 어마한 반딧불이도 너무 아름다웠다. 멈바꿋 반딧불이 투어는 날씨만 도와준다면 최고의 여행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맛있는 한국식 음식은 덤이다. 누군가는 벌레만 보고 오는 코스라고 맥 빠지는 이야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투어로 기억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멋진 노을 샷 하나를 건져서, 더욱 뜻 깊다. 


아래와 위 이미지는 필터나 포토샵으로 보정하지 않은 이미지이다. 

노을이 기가 막히게 멋있었다. 사진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노을이었다.

여기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우리가족 인생샷 하나 건졌다.



6. 선상 낚시 투어


가장 기대를 했던 코스가 선상투어였다. 1인당 투어비용도 10만원 정도라,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 선장의 선상 낚시에 대한 평도 좋았고, 프로그램도 실속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름 공을 들였고 여기 저기 검색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코타키나발루에는 세 곳 정도의 한국인 선장이 운영하는 선상낚시 투어가 있고, 그 중에 한 곳이 굉장한 악평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편의상 A라고 하자. 패키지 여행가면 가이드와 연결되는 그 업체다.) 자연스럽게 그 곳은 배제하고 다른 곳에서 배를 고를 계획이었다. 가장 좋은 평을 듣는 회사는 하필 배 수리 중이라, 자연스럽게 마지막 남은 하나의 업체를 고르게 되었다. (편의상 B라고 하자.) B업체에 카카오톡으로 컨텍해서 가격을 정하고, 악평 가득한 A라는 업체보다 1인당 50링깃을 더 주고 예약을 했다. 

그런데 막상 배를 타고 보니 B가 아닌, 욕 먹고 있는 A라는 업체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부모님과 아이들은 즐거워 했지만, 나는 B업체의 깃발을 보고 굉장히 화가 났다. 부모님이 계시는 지라 일단 티 내지 않고 같이 놀고, 한국으로 돌아와 카톡으로 따졌다. 알고 봤더니 자기네 배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 바람에, 그냥 커미션을 받고 A라는 업체를 연결해 준 거였다. 돈을 더 내고, 평이 좋은 업체를 찾고 했던 내 수고는, 그 사람이 먹은 커미션에 대한 욕심으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 

처음 A라는 업체의 배를 탔을 때는 정말 화가 났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카톡 대화내용과 사이트 광고 내용을 토대로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를 하고, 이를 근거로 네이버에 광고 금지 및 카페 정지를 정식 요청하고, 더불어 카카오 쪽에 공문을 보내 카카오 계정에 제재를 가할 생각까지 했었다. 그렇지만 열흘 간의 휴가 이후, 회사 일이 잔뜩 쌓여 한동안은 정말로 숨만 쉬고 일만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그 사건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 여유로워져서, 다시 그 사건이 생각났을 때는 꽤 시간이 지나 내 화도 많이 풀린 상태였다.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는 없어, 카톡으로 따졌다. 그 사람은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다. 그렇지만 나는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몇 푼 더 벌겠다고 의도적으로 나를 속인 그 사람을 용서하기엔 내 인성이 아직 부족하다. 그렇지만 판을 벌려, 그 사람을 신고하거나, 엿 먹일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는 일도 안 하는 것으로 끝냈다. 부모님은 즐거워하셨고, 아이들은 좋은 기억이라고 말하니, 그 추억에 생채기를 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 일 아니어도, 그후로도 오랫동안 충분히 바빴었다. 


배 2층에 앉아 멋진 노을을 보며 분노를 삭히고 있는 나.. 

예약 실패한 중년남자의 페이소스가 느껴진남? 


7. 이마고몰 밥집


이마고몰에서 5박을 했고, 대부분 이마고몰에서 사 먹었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이마고의 맛집은 거의 다 가봤다. 부모님 입맛과 아이들 입맛을 동시에 맞추는 일은 까다로운 일이지만, 의외로 부모님과 아이들이 말레이시아 음식에 만족스러워 해서 어렵지 않게 먹을 것을 해결 할 수 있었다. 가 본 모든 음식점을 다 적을 수는 없고, 몇 개만 추려서 적어 본다. 


1) 솔드 아웃 

이마고몰 하면 제일 상단에 뜨는 음식점. 유명세에는 이유가 있더라. 음식 맛 깔끔하고, 분위기도 괜찮다. 메뉴판에 굉장히 많은 음식들이 나오는데, "맛이 형편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음식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대부분 기본 이상을 한다. 가격은 말레이시아 음식점 치고는 상급. 해산물 집을 제외하고는 제일 비쌌다. 메뉴판에 음식 사진이 들어있어 음식을 고르기 편하다. 우리집 식구들이 많아 갈 때마다 10가지가 넘는 메뉴를 시켰고, 두 번을 갔으니 유명한 메뉴는 다 먹어 본 듯 하다. 개인적으로 볶음밥과 치킨, 피자가 맛있었다. 소고기는 좀 질겼다. 여하튼 음식 맛은 괜찮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쿠폰을 다운 받아 가져가면 할인 해 준다.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음식 먹다가 문득 솔드아웃 음식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그나마 덜 먹어 상태 양호한 스테이크에 폰카를 찍고 있다. 결과는?

촛점이 나가 버렸다.. 그냥 먹던 거나 먹었어야 했다.


2) 난도스

남아프리카의 유명한 치킨 체인점이란다. 코타키나바루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치킨점이다. 치킨을 가지고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술을 먹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특별히 기억되는 맛은 아니다. 패스트푸드 점 같은 컨셉이고, 그 정도 가격의 음식들이 나온다. 무난 무난.


3) 어퍼스타

저렴한 솔드 아웃 느낌이다. 솔드아웃도 메뉴의 다양함에 놀라는데, 이곳 역시 피자와 같은 서양 음식부터 카레와 같은 인도 요리까지 온갖 메뉴들을 다 판매 한다. 맛은 가격대비 괜찮다. 분위기나 직원들 친절도는 롯데리아 급이고, 메뉴 구성과 메뉴판 디자인은 우리 나라 김밥천국 같은 곳이다. 물론 김밥천국 에 비하기엔 훨씬 훌륭한 맛이다. 그렇다고 추천하기는 어렵고, 한끼 때우려 김밥천국에 들어갔다가, 의외로 괜찮은 프랜차이즈 수준의 음식이 나와 놀라게 되는 곳 이랄까. 부담스럽지 않게 한 끼 때우기 괜찮다.

어퍼스타에서는 술과 안주를 푸짐히 시켜도 가격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4) 타베른

동생, 아내와 지나다가 라이브로 부르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은 곳이다. 앉은 김에 안주와 술 이것 저것 시켜서 먹었다. 우리나라 라이브 카페에 간간히 가는데, 여기는 완전 수준이 다르다. 우리나라 라이브 카페는 대부분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가수들이 나와 대충 몇 곡 부르다 가는데, 여기는 프로급 가수들이 나와 한 시간 가까이 열창을 한다. 두 번 갔는데, 두 번 모두 가수가 달랐고 (어쩌면 시간대별로 다른 가수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음악이 너무 좋아 두 번 모두 팁을 주고 나왔다. 콘서트 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술도 다양하고, 음식도 맛있다. 단, 가격대가 있다. 우리나라 괜찮은 바(bar)에서 먹는 술이나 안주 가격 정도. 해피아워가 있어서 시간 맞춰서 가면, 저렴하게 음악 들으면서 술 한 잔 할 수 있다. 


이거 한 잔에, 우리나라 돈으로 2만 정도 한다.

쓸만한 바에서 먹는 먹을만한 칵테일 맛이긴 한데, 이 나라 물가 생각하면 상당히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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