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부터 19일까지 4박 5일로 제주도에 갔다 왔다.
제주도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는 데다, 내가 제주도에 갔다 온 지 두 달이나 지났기에 이것 저것 적기 보다는 개인적인 느낌 위주로 몇 가지만 간단히 정리해 본다.
1. 함덕 해수욕장
5일 중 3일을 함덕 해수욕장에서 놀았다. (숙소는 함덕 해수욕장 근처에 정하고 5일 내내 있었다. 숙소 자주 옮겨 다니는 일은 피곤한 일이다.) 이미 여러 번 제주도에 왔던 지라, 여타 박물관이나 볼거리엔 큰 관심이 없었다. 바닷가에서 수영을 실컷 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갖는게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함덕 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스노쿨링하기 좋은 장소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섬들이 여럿 있고, 조수 차이도 심한 편이라 물고기가 많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스노쿨링 하기에 최고의 장소이지 않을까 싶다. 아 물론, 낮에는 안전요원이 관리하기 때문에 좋은 포인트 접근은 어렵다. 새벽에 가면 물고기들과 놀 수 있는데, 다들 알다시피 해파리는 조심해야 한다. 나도 수영은 좀 하지만, 해파리 때문에 부력 좋은 슈트를 가져가서 스노쿨링을 했다.
아이들은 레쉬가드를 입고, 나는 서핑용 슈트를 입었다. 해파리는 좀 무섭다.
스노쿨링에는 좋지만, 수영하기엔 썩 좋은 해수욕장은 아니다. 특히나 갑자기 깊어지는 바다나, 의외로 심한 조류를 생각하면 아이들에게는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모래는 좋지만, 물은 깨끗한 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제주도에서 아이들 데리고 갈 만한 해수욕장은 호텔에서 가까운 중문해수욕장이나 물이 잔잔한 곽지 해수욕장이 좋지 않을까 싶다. 함덕 해수욕장 근처 산책로는 참 좋다.
함덕 해수욕장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다. 물이 빠지면 하얀 모래가 들어난다.
스노쿨링 하러 들어가는 모습. 저기 뒷 편에 보이는 돌 섬까지 가면, 안내요원이 쫒아온다. 돌아가라고.. -.-;
2. 만장굴과 미로공원
제주도는 여러 번이지만, 만장굴은 처음이었다.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 이제 걸을 만 하다 싶어, 만장굴과 미로공원을 일정에 넣었다. 만장굴은 굉장히 웅장했다. 내가 가 봤던 동굴 중에서 가장 거대했다. 그 길이가 7km에 이른다고 하니 길이라도 잃어 버리면 나오기는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은 1km 정도 되고,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 중간 다양한 석순과 바위들이 볼 만하다.
만장굴 가는 길 중간 께에 미로공원이 있다. 우리는 만장굴을 다 보고 나오다가 미로공원에 들렸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아이들 하는 대로 놔두었더니, 미로를 통과하는데 30분 넘게 걸렸다. 미로를 나오니, 아이들은 완전 녹초가 되어 있다. 30분 내내 그리 뛰어 다녔으니 지치는 것이 당연하다. 감녕 미로공원 주차장매점은 우리 집 아이들 같은 사람들이 많아 문전성시를 이룬다. 거기서 아이스크림 몇 개 사 먹었다.
3. 성산봉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꼭 성산봉에 오르고 싶었다. 20여년전 내가 처음 성산봉에 올랐을 때 느꼈던 감동을 아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이 너무 덥고 힘들어해서 내 뜻이 그대로 전달 되었는 지는 모르겠다. 여행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들었던 "성산봉이 멋있기는 했어"라는 대답 속에서, 시간이 지나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기대를 찾아 본다.
4. 사려니숲길
출발할 때는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생(?)을 했던 코스다. 성산봉에 다녀온 다음날, 아이들이 잘 걷는다는 자신감(?)을 얻은 나는 과감하게 사려니 숲길로 아이들을 데려 갔다. 헉, 그런데 사려니숲길 주차장에서 사려니 숲길 입구까지 운행하던 버스가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버스가 운행중지 되어, 이제는 사려니 숲길까지 2.5km를 걸어가야 한단다. 헉~! 생각하지 못했던 난코스를 만났다. 더 큰 문제는 비가 내리려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참을 주차장에서 망설이다가,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우산을 가지고 주차장에서 사려니 숲길까지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걷는 길은 아름다웠고, 공기는 너무나 맑았다. 중간 중간 비가 내렸지만 힘든 발걸음과 더운 날씨를 식혀주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2.5km는 꽤 멀었다. 1시간 넘게 걷고 입구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완전 녹초. 그 앞에서 "이제 시작이고 한참을 더 걸어야 한다."는 내 말에 초등학교 5학년 큰 아들은 입이 삐죽 나왔다. 왜 이 고생을 하냐는 불만이다. 나는 더 걷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이길 수 없어 철수 했다. 돌아가는 길 역시 쉽지 않았고, 우산과 우비를 가져 갔지만,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우리는 비에 홀딱 맞은 채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5. 사형제 횟집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스끼다시가 회로 깔린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가면 꼭 유명한 횟집 한 곳은 들러 본다. 제주도 횟집은 저렴하지 않지만, 맛있는 곳이 잔뜩 하다. 이번엔 그동안 벼렸던 사형제 횟집으로 결정. 숙소에서 한 시간을 달려 찾아갔다. 회를 사랑하는 우리 가족은 오래간만에 스끼다시가 아닌 오직 "회"로만 배를 가득 채웠다. 가격은 이것 저것 푸짐하게 시켜서 한 15만원 정도 나왔다.
6. 함덕 주변 맛집
함덕에 숙소를 잡고 5일을 있다 보니, 함덕 근처 여기 저기 가 봤고, 먹을 것도 좋아하다 보니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어 봤다. 가 봤던 음식점들에 대한 간단한 개인적인 평가를 적어 본다. 가격은 기억이 안 나니까, 혹여 가게 된다면 들르기 전에 검색해 보시길.
1) 망고레이 : 나는 별로 였는데, 아이들은 좋아하더라. 덕분에 세 번이나 갔다. 가격대비 완전 별로. 비추.
2) 흑돼지 : 지인이 추천한 저팔계깡통연탄구이에 가려고 했는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 함덕 흑돼지로 가서 먹었다. 맛은 돼지 맛이다. ^^; (개인적으로 제주도 흑돼지 집은 다 비슷하다고 본다. 특별히 맛집을 찾아가기 보다는, 분위기와 서비스 평가만 적당히 보고 들어가도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3) 춘심이네 : 제주도 갈때마다 먹는 고기국수. 이번에도 먹었다. 그냥 흔한 고기국수맛(-.-).
4) 버거307 : 저녁에 아이들과 같이 가서, 맥주 한 잔 하기 좋다. 분위기도, 맛도 괜찮다. 서비스는 별로, 친절함도 별로.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추천할 만 하다.
5) 함덕찜 : 전복 들어간 갈비찜을 시켰다. 충분히 이것 저것 시켰지만, 양은 적었다. 나는 별로. 비추. 그렇지만 찜 좋아하는 아내는 괜찮단다. 사장님은 엄청 친절하다. 추천과 비추 사이.
6) 숨어있는 집 : 적당한 가격과 상당히 맛있는 음식들. 양도 무난. 추천.
7) 함덕밀면 : 면을 좋아하고 많은 면 집을 다녀봤지만, 여기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왜 안 유명한지 모르겠다. 추천
8) 또바기손칼국수 : 맛은 무난. 가격도 무난. 추천하기엔 애매. 결론은 그냥 무난.
9) 오늘도 회는 뜬다 : 깔끔한 분위기에 들어갔다가 실망하고 나왔다. 가격도 양도 맛도 모두 별로. 비추.
'세상 모든 것(곳)에 대한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년 5월, 중미산 자연휴양림, 캠핑, 2박 3일 (1) | 2018.07.06 |
---|---|
2018년 2월. 필리핀 세부 호핑 후기, 첨벙호핑 vs 세부플러스 호핑 (1) | 2018.06.29 |
2018년 2월. 필리핀 세부 6박 7일. (0) | 2018.06.27 |
2017년 9월. 코타키나발루 6박 7일 (0) | 2018.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