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의 다이어트
며칠 여행을 다녀 왔다. 회사에 복귀 하니 할 일이 산더미다. 일에 파묻혀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집에 오면 운동 갔다가 씻고 맥주 한 캔 하면 바로 취침을 하니, 집에서도 시간이 없었다. 여행이라는 게 - 일정을 짜야 하고, 예산도 계획해야 하고, 같이 가는 사람들 챙겨야 하고, 아이들도 케어해야 하고, 놀아야 하고, 먹어야 하는 - 아주 복잡다단한 일이다 보니, 여행지에서 몸무게를 재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여행지에서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것은 여행에 대한 모독이며, 나아가 범죄행위이다. 그럴거면 왜 여행을 가지? 여행에서 무엇을 찾는 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즐겁게 즐기고, 재미있고 놀고, 맛있는 것들 많이 먹고 오는 일이 여행이다. 뭐 더 있나? 먹고 난 다음 살 찔 것에 대해 걱정은 할 지언정, 먹는 순간에는 다이어트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행의 기술
알렝드보통의 명저 "여행의 기술"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생각과 행동을 들여다보며 여행의 의미에 대해 고찰해 나가는 책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여럿이며,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으로 여행을 떠나고 (혹은 떠나지 않고) 돌아온다.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여행이지만, 공통된 주제는 하나다. 사람들은 여행에서 원하는 것들을 찾는 다는 것.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여행을 통해 얻는다는 것. 어쩌면 원하는 것들과 보고 싶은 것들은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일 지도 모른다. 여행을 통해서 말이다. 우연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가 여행에서 원하는 즐거움, 휴식, 호기심, 경외감, 문화 같은 감정들은 모두 먹는 것과 연관되는 일이다. 음식은 문화의 총합이며, 그 지역의 역사이며, 삶의 이유이며, 이국에서 느끼는 경외감이며, 즐거움의 시작이다. 여행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보고 싶은 지는 각자 다르지만, 모든 여행의 이유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그러기에 여행 가서 하는 다이어트는 여행의 의미를 통째로 갔다 버리는 낭비인 것이다. 돈 낭비, 시간 낭비다. 여행의 기술은 별 것 없다. 여행은 일상보다 더 큰 즐거움을 위해 떠나는 시간이며, 그러기에 여행의 기술은 일상보다 더 큰 즐거움을 위한 스킬이어야 한다. 일상에서 먹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며, 마찬가지로 여행에서의 먹는 일은 일상에서보다 더 즐거워야 한다고 믿는다. 여행의 기술 저자, 알렝 드 보통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 왜 이리 말랐지?)
다시 다이어트 Begin again Diet
적어 놓고 보니 조금 무리했다 싶다. 어떻게든 여행의 기술과 먹는 일을 엮어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어쩔 수 없다. 여기는 개인 블로그이고, 이 글은 다이어트 일기다. 이 정도면 충분히 노력한 글이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고 본다. 물론 나 스스로에 대해 충분한 변명을 했다. (난, 글을 쓰며 스스로 납득했다.) 다이어트는 여행 갔다 와서 하면 된다. (사실, 지난 겨울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 여기 블로그에도 후기를 울렸던 - 세부 여행 이후 망가졌었다. 조금 아쉬운 것이, 그 때 여행을 갔다 와서 불어난 내 몸무게를 바라보며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몸무게를 받아들이고 다시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
오늘의 다이어트
4박 5일간의 일정을 다이어트 기간에 넣을까 하다가, 여행지에서의 날들은 말소시키기로 했다. 내 인생에서 여행과 다이어트는 서로 같이 공존하지 않는다. 고로, 오늘이 23일차다.
오늘의 운동
어제 도착해서 수영2km, 달리기 7km를 달렸다. 힘들었지만 할 만했다. 여행지에서도 수영은 꼬박꼬박 열심히 했다.
오늘의 식사
가족들 모두가 피곤한 탓에 입맛도 없고 해서, 간단히 치킨을 시켜 먹었다. (응?)
난 다이어트를 위해 거의 안 먹었다. 그냥 맥주만 네 잔 (2,000cc)만 먹었다. (응?)
오늘의 몸무게
휴가지에서 열심히 놀았더니 생각보다 많이 안 쪘다. 82.3kg. 게다가 집에 와서 죽어라고 운동을 했더니, 수분이 많이 빠져나갔다. 내일 되면 돌아올 몸무게이지만, 일단은 뺐다고 믿고 몸무게를 측정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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