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 5월 8일, 연천 제인폭포 오토캠핑장, 4박 5일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캠핑을 10박하는 일이다.
10번이 아니라, 10일 하는 것이다. 캠핑이라는 게 할당량까지 정해가며 할 일은 아니지만, 나름의 묘한 매력이 있다. 피난민 수용소 수준으로 복잡한 캠핑장에서 옆 텐트 아저씨의 방귀 소리까지 들어가며 잠을 자야 하는 수고로움을 왜 돈 들여가며, 시간 투자해 가며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텐트라는 아주 좁은 공간에서 가족끼리 지인끼리 서로 부대껴 가며, 이야기하며, 서로 껴안아 가며,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매력이 있더라. 친해지는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너무 자주 하면 힘들고. 귀찮고. 어렵다. 1년에 10일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만든 목표다. 1년에 10일.
올해 첫 캠핑은 5월 3일에 갔다 왔다. 오늘이 6월 8일이니 일찍도 쓴다. 5월 3일부터 5월 8일까지 연천 재인폭포 오토캠핑장에 갔었다. 5일간 있었으니, 올 해 목표 10일 캠핑하기 50%를 달성해 버렸다. 이런 식이면, 다음 캠핑에 목표 달성이 될 듯 하다. ㅎㅎ
첫째 날. 5월 3일 도착.
텐트치고 타프스크린도 쳤다. 몇 년 캠핑을 다녔더니, 이제 짐이 많아져서 카니발 위에까지 짐을 올려야 된다. 저 뒤에 타프 치는 게 나, 앞에서 몽둥이 가지고 경비하고 있는 게 둘째 아들. 사진 찍는 사람은 아내.
제인폭포오토캠핑장은 텐트 치는 공간이 넉넉해서, 두 자리를 빌리면 텐트 두 동과 타프를 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일부러 돔 텐트를 가져갔다. 왼쪽은 지인 텐트. 오른쪽은 우리 텐트. 뒷 편에 넓은 공터가 있어, 아이들이 뛰어 놀기 좋다. 새로운 캠핑장이라 시설이 괜찮다.
도로에서 아이들이 보드와 인라인을 타고 논다. 차 조금 다니는 외진 곳에 사이트를 예약했고, 다른 캠핑장에 비해 차량 이동이 적은 편이지만, 아빠 입장에서 차들이 다니니 불안하긴 하다.
2일 차. 5월 4일 제인폭포
점심먹고 느즈막하게 제인폭로를 찾았다. 제인폭포는 캠핑장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다. 폭포로 내려가는 난간. 위에서 내려다 보면 꽤나 멋지다.
제인폭포는 20분이면 구경 끝이다. 사진 찍고 잠깐 앉아 있다가 나왔다.
마침 연천 구석기 축제가 있어 그리로 향했다. 차로 20여분 걸린다. 메머드에게 잡아 먹히고 있는 사람이 나다. 구석기인들아 나를 구해줘~~ 둘째 아들은 어제 그 몽둥이로 나를 잡아 먹은 메머드를 공격하고 있다. 고맙다 아들.
부득이하게 모자이크 처리. 구석기 바비큐 체험(?)을 하는 아이들. 꼬치에 돼지고기를 꽂고 소금간을 해서 판다. 3천원. 고기 굽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데, 맛은 생각보다 괜찮다. 구석기인들은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고 살았구나.
3일차. 5월 5일 저녁
지인팀은 철수하고, 그 사이트에 내 동생이 왔다. 모자이크 안할까 하다가, 동생 하는 김에 같이 했다. ㅎㅎㅎ 저녁 식사 중이다. 어제, 그제 이틀 매일 밤 숯불에 돼지고기만 먹다가, 오늘은 숯불에 소고기를 먹었다. 이제 고기가 질린다.
아이들은 삼촌이 가져온 빔프로젝트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본다.
4일차. 5월 6일 연천댐.
나는 연천댐이 싫다. 1996년 군생활을 연천에서 했다. 5사단.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그해 여름 연천 댐이 무너져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내 동기도 한탄강에 떠내려가서 죽었고, 나 역시 내 인생에서 가장 죽음에 가까운 순간을 경험해야 했다. 댐이 무너진 그 날 새벽, 한탄강 옆에 있던 우리 부대 연병장은 물이 범람해 거대한 개울로 변했다. 우리는 자다가 일어나 팬티만 입은채, 2종계 상사가 뒷산과 막사 사이에 연결해 놓은 로프를 붙잡고 급하게 도망쳐야 했다. (그 와중에도 총은 들고 갔다.) 그리고 산 속에 고립되어 낙하산으로 떨어뜨려 주는 구호물자를 먹으며 버텼다. 여름이어도 산 속의 밤은 추웠다. 우리는 비에 젖은 팬티만 입고 오들오들 떨면서, 물에 떠내려가 죽은 동기를 생각하며 울었다. 당시 연천댐은 현대건설이 지었는데, 댐이 무너진 원인은 부실 시공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현대건설 사장인 MB를 개xx라고 불렀다. 하여간 연천댐은 다시 지어졌고, 20년 만에 다시 연천에 와서 연천댐에 올라가 봤다. 그곳에서 사진 여러 장을 찍었는데, 대부분의 사진들이 사람 얼굴이 들어가 있어서 올릴 것은 없고, 이 사진 하나 특이해서 찍어 놓았다.
처음으로 등장한 큰 아들. 전동 스쿠터를 하나 빌렸다. 의외로 속도감이 있어 위험해 보였지만, 그만큼 재미있어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재미있어 하더라. 이날도 숯불에 고기 구워 먹었다. 당분간 고기는 없다.
5일차. 5월 7일. 집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망향국수 본점에 들렸다. 동네마다 다 있지는 않겠지만, 일산에는 꽤 크게 망향국수 집이 있고, 면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은 종종 간다. 때문에 일부러 연천에 있는 본점에 찾아가 보았다. 위 사진은 망향국수 본점 주차장 사진이다. 얼마나 탱크가 주차장에 자주 들어왔는지, 주차장 입구에 탱크는 들어올 수 없다.고 적혀있다. 이 동네는, 주차장에 탱크 주차해 놓고 음식점에 들어가서 밥 먹는 동네다.
끝
이렇게 해서, 올 해 첫 캠핑은 끝났다. 모두가 즐거워했고, 좋은 기억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한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때 사진을 꺼내면 줄겁게 웃고, 떠들썩해진다. 내가 관광 쪽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우리 가족은 꽤 많은 곳을 여행했었는데도, 아이들은 대부분의 여행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감사하다.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건강하게 살아 주어서...